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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작 책 리뷰

명작 리뷰 -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What Money Can't Buy 2012) - 마이클 샌델 ①

by 강삶 2021. 12. 2.
  •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 <원제: What Money Can’t Buy >(마이클 샌델) 2012

 

김선욱 감수

안기순 옮김

 

[도서 정보]

책 소개

전 세계가 기다려온 샌델식 토론의 결정판

하버드대학교 최신 인기 강의 Market & Morals를 책으로 만나다




이 책의 내용은 2012년 봄학기부터 ‘Market & Morals’라는 이름으로 하버드대학교 철학 강의로 개설되었고 강의 첫날, 수강신청에 성공하지 못한 학생들도 몰려드는 바람에 더 넓은 강의실로 장소를 옮겨 강의하는 해프닝까지 벌어졌다. 이 책은 마이클 샌델 1998년 옥스퍼드대학교의 ‘인간 가치에 관한 태너 강의’에서 논의한 ‘시장과 도덕(Market & Morals)’에서 출발했으며, 2000-2002년 카네기 연구재단의 지원을 받으면서 더욱 진전되었다.

이 책에서 다루는 것은 시장논리가 사회 모든 영역을 지배하는 구체적인 사례들을 통한 시장만능주의의 자화상이다. 저자는 시장의 무한한 확장에 속절없이 당할 것이 아니라 공적 토론을 통해 이 문제를 깊이 고민하고 해결책을 모색해야 한다고 역설한다. 이 책은 샌델 특유의 문답식 토론과 도발적 문제제기, 그리고 치밀한 논리로 일상과 닿아 있는 생생한 사례들을 파헤치며 시장을 둘러싼 흥미진진한 철학 논쟁으로 독자를 안내한다.

 

  • 샌델은 누구인가?

마이클 샌델 교수

책을 읽기에 앞서 샌델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샌델은 현대의 저명한 윤리학자이자 철학자로서,롤스의 자유주의 정의관을 비판하는 대표적인 공동체주의자다. 하지만 그가 비판하는 것은 개인과 공동체의 특수성을 무시하고 개인을 일반화하려는 롤스의 무연고적 자아와 관련된 주장이다. 기본적으로 ‘평등한 자유가 주어져야만 한다’는 자유주의 주장을 묵살하는 것과는 거리가 멀다. 오히려 이는 샌델이 동의하며 강조하는 부분이다. 다만 공동체의 가치를 일부 훼손하고 객체로 미루어 두려는 자유주의의 시도를 거부하는 것이다. 샌델은 진정한 가치를 위해서는 개인과 공동체가 서로 동떨어져서는 안 된다고 주장한다.

 

  • 샌델이 말하는 좋음과 옳음은 무엇인가, 두 개념의 발생지는 어디인가?

 

샌델이 말하는 좋음은 (The goods). 이는 선으로도 번역되며 때로는 좋음, 좋은 상태, 재화 등으로 번역된다. 샌델이 논하는 좋음의 기원은 그리스 철학가인 아리스토텔레스로 거슬러 올라간다.

아리스토텔레스

 

행복을 좋은 것으로 보는 아리스토텔레스의 사상에서, 행복한 삶은 각자가 가진 덕을 발휘할 때 비로소 일구어진다. 아리스토텔레스는 개인이 가진 역량을 십분 발휘하고, 공동체에 좋은 것이 무엇인지 사고하는 과정에서 우리는 행복을 찾아낼 수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이런 공동체주의적 ‘좋음’에서 공동체 밖의 타자의 가치는 다소 훼손되고 미개한 것으로 여겨지게 된다. , 공동체의 선을 증진시키는 불합리한 ‘어떤 부분’도 지켜야 한다는 것이 기존의 공동체주의다. 다만 샌델은 이런 공동체의 좋지 못한 부분은 전체 사회의 도덕을 위해 해체해야 한다 주장한다.

 

그렇다면, 옳음은 무엇인가? 옳음(The right)는 정의 그 자체다. 옳음을 행하는 것이 곧 정의라는 칸트에 사상에 그 기반을 둔다. 칸트가 말하는 옳음의 근거는 좋음이 아니다. 아리스토텔레스의 말처럼, 좋은 것이 옳은 것이라는 의견을 견지한다.

엠마뉴엘 칸트

예를 들어,칸트의 말을 빌리면 내가 도둑질을 한 친구를 숨겨주는 것은 상황에 따라 좋은 일이 된다. 친구는 몸을 숨길 은신처를 찾았고, 나는 친구와의 의리를 지켰다. 두 명의 상황 모두 결코 좋음과 반대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이것이 과연 옳은 일인가? 특수성에 의존하지 않고 내 판단은 보편타당한 법칙으로써 작용할 수 있는가? 칸트는 아니라고 답할 것이다. 개별 행위의 원칙인 준칙은 보편성을 갖춰야 옳다. 친구를 숨겨주는 행위는 좋은 행위가 될 가능성이 있다. 다만, 이것을 일반화하여 ‘도둑질을 한 친구를 숨겨주어도 된다.’라는 법칙을 세운다면, 우리는 이런 보편적인 법칙이 사회에 어떤 결과를 불러일으킬지 예상 가능하다.

 

이런 사상을 이어받아 ‘무지의 베일’로써 보편타당한 정의 법칙을 세우려고 시도한 학자가 롤스이며, 샌델과 롤스가 생각하는 옳음의 근거는 같다. 다만 샌델은 좋은 것이 옳은 것은 아니지만, 공동체를 해체하면서 얻어내는 정의의 가치의 의문을 던질 뿐이다.

 

즉 샌델의 사상은 좋음과 옳음 사이의 교두보이며, 자유주의적 관점과 공동체주의적 관점을 고루 가진 중도의 인물이다.

 

이 정도의 사전 지식을 갖춘다면 돈으로 살 수 없는 것을 쉽게 독파할 수 있다.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은 정말 쉽게 잘 쓰인 책이다. 몰입을 방해하는 난해한 문장이 적다. 우린 샌델이 뿌려놓은 예제를 숙지하면서 그의 의견을 경청하기만 하면 된다.

 

세상에는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이 있다. 다만 요즘엔 그리 많이 남아있지 않다. 
  • 서론: 시장과 도덕

자유시장주의자들과 경제학자들에게 경제란 전통적인 의미에서 가치중립적이었다. 시장과 경제학의 초기 논의에서는 시장의 기능과 수요와 공급의 관계를 규명하려는 시도들이 그들의 주된 관심사였다. 시장은 효율적이고 경제학은 시장의 역할을 공고히 함으로써 수 십 년간 가장 활발한 연구분야가 되었다. 다만 요즈음에는 이런 시장의 가치가 원래는 도덕의 범주였던 비시장 가치를 잠식함으로써 인류의 도덕 체계를 위협하고 있다고 밝힌다. 우리는 어떤 가치를 사고팔게 되었을까? 

 

  • 교도소 감방 업그레이드 
  • 나 홀로 운전자가 카풀 차로 이용하기 
  • 대리모 서비스 
  • 미국으로 이민하는 권리 
  • 검은코뿔소 사냥권 
  • 의사의 개인번호 
  • 탄소 배출권 
  • 명문대 진학권 

모두가 이런 것들을 구매할 여력이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우리에겐 새로운 돈벌이 수단이 존재한다.

 

  • 신체 일부를 임대하여 상업용 광고 게재 
  • 제약회사의 약물 안전성 실험대상
  • 민간 군사기업에 고용된 용병
  • 대신 줄 서드립니다
  • 책을 읽으면 돈을 드려요
  • 살을 빼면 돈을 드립니다
  • 곧 죽을 사람의 보험을 사서 보험금을 수령하는 것은 어떤가요

몇몇 주제에 거부감을 느끼지 못한다면, 이 책을 읽는 경험이 분명 특별할 것이라고 자신한다. 우리는 이전에는 사고팔지 않았던 다양한 것들을 사고판다. 시장지상주의 시대가 오면서 수단과 목적을 혼동하고 있다. 시장 경제를 이용한 삶을 살았다면, 이제는 시장 경제를 위해 살아가고 있다. 도덕의 범주에서 다루었던, 기존에 그저 좋음(The goods)의 영역에 들어있던 비시장 가치들이 재화(The goods)가 되면서 더 이상 우리는 시장이 가치중립적인 상품들을 가장 효율적으로 분배한다는 낡은 생각으로는 살아가지 못한다. 

 

따라서 이 책의 주된 논의는 돈으로 살 수 있는 것과 살 수 없는 것이 무엇인지 결정하고, 세상의 각 영역을 어떤 가치로 지배해야 하는지 판단하는 것이다. 

 

 

2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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